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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로 살아남는 법 (학창 시절, 자아 정체성, 진짜 나)

by gomyam 2026. 2. 22.

 

고등학교 다닐 때 저는 교실 한쪽에서 친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제 얘기 하는 건 아닌지 신경 쓰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별로 안 그런 척했지만,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가 왠지 중요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서 그때 제 모습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학창 시절

홈스쿨링으로 16년을 보낸 케이디는 동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12년을 살다가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합니다. 학교 규칙이라는 걸 알 리 없던 그녀는 첫날부터 실수를 연발하고, 결국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신세가 됩니다. 그때 같은 아웃사이더인 제니스와 데미언이 다가오면서 케이디의 학교생활이 시작됩니다.

전학 온 케이디에게 학교 최고 인기그룹인 플라스틱스의 리더 레지나가 같이 다니자고 제안합니다. 과거 레지나에게 상처받았던 제니스는 케이디에게 플라스틱스 내부 정보를 빼내달라고 부탁하고, 케이디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다른 그룹 친구들 사이에서 이쪽저쪽 눈치 보느라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케이디가 점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수학 경시대회 제안을 받을 만큼 똑똑한 케이디지만, 좋아하는 남학생 에런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수학을 못하는 척까지 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좀 씁쓸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자기 장점까지 숨기는 모습이, 과거 제가 친구들 앞에서 진짜 관심사를 말하지 못했던 기억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자아 정체성

레지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이 시작됩니다. 케이디와 친구들은 레지나의 남자친구 에런이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하게 만들고, 살찌는 에너지바를 선물하고, 옷을 망가뜨립니다. 하지만 작전이 계속될수록 케이디는 레지나의 말투와 행동을 닮아갑니다. 복수를 하던 사람이 복수의 대상을 닮아가는 아이러니였습니다.

플라스틱스가 해체되고 케이디가 새로운 여왕벌이 되자, 그레첸과 카렌은 이번엔 케이디를 따르기 시작합니다. 에런을 유혹하기 위해 파티를 열지만 레지나처럼 변한 케이디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을 보면서 저는 케이디가 안타까웠습니다. 인기를 얻으려다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모습이었으니까요.

분노한 레지나는 그동안 케이디가 작성했던 학교 친구들의 인물평 수첩을 학교 전체에 뿌립니다.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케이디와 친구들은 교장실에 불려갑니다. 제니스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폭로하자 학생들은 케이디를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돌아선 친구들의 시선이 얼마나 차갑게 느껴지는지 알기 때문에, 이 장면이 유독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진짜 나

다행히 케이디는 수학 경시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습니다. 팀 우승을 이끈 케이디는 뒤늦게 학교 댄스파티에 도착하고, 퀸으로 뽑힙니다. 하지만 케이디는 무대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우승 왕관을 조각내어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왕관을 나눈다는 것이 단순히 트로피를 나누는 게 아니라, 서열과 경쟁이 아닌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선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케이디는 결국 제니스, 데미언과 화해하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하이틴 영화는 가볍게 보고 웃고 지나가는 장르로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생각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인기와 소속감을 얻기 위해 자신을 숨기면 결국 어떻게 되는지, 복수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남의 기대에 맞춰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결국 오래 남는 관계는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걸, 조금 늦게 배웠지만 배운 건 배운 거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W1GLOur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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