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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데이 영화 리뷰 (타이밍, 현실적 사랑, 시간의 소중함)

by gomyam 2026. 2. 24.

 

저는 원 데이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냥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엔 '그냥 로맨스물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제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특히 타이밍이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멀어진 누군가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엇갈리는 타이밍, 우리는 왜 늘 어긋날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계속 엇갈린다는 점이었습니다. 1988년 대학 졸업식 날 처음 만난 덱스터와 엠마는 그날 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결국 친구로 남기로 합니다. 그 이후 매년 7월 15일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성인데, 한 사람이 다가가려 할 때 다른 사람은 다른 관계에 있고, 또 한 사람이 준비되었을 때 다른 사람은 방황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이 특히 공감됐습니다. 대학 시절 가까워질 수 있었던 누군가가 있었는데, 그때 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고, 몇 년 후 제가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그쪽에 연인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넘겼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덱스터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젊은 시절 자유롭게 살며 방송 진행자로 성공하지만, 술과 마약에 빠져 추락합니다. 반면 엠마는 작가를 꿈꾸며 멕시코 식당에서 몇 년을 일하고, 교사 생활을 거쳐 결국 성공한 작가가 됩니다. 두 사람의 인생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면서, 서로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타이밍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사랑에서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서로를 좋아해도 각자의 삶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관계는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영화 속에서 1996년 두 사람이 카페에서 만났을 때, 덱스터는 마약에 빠져 있었고 엠마를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아, 이 사람들도 결국 서로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현실적인 사랑이 주는 진짜 감동

이 영화가 다른 로맨스와 다른 점은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실망도 시키고,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엠마는 덱스터가 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덱스터는 교사가 된 엠마를 비웃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오히려 현실감을 줍니다.

제 경험상 사랑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습니다. 드라마틱한 고백이나 운명적인 만남보다는, 일상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원 데이는 바로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줍니다. 덱스터와 엠마는 20년 넘게 서로의 인생을 지켜보며 성장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그 긴 시간이 있었기에 둘이 결국 함께했을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집니다.

2003년 덱스터가 실비와 이혼한 후 엠마를 찾아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고, 덱스터는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엠마에게는 이미 다른 애인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아, 또 엇갈리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래도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구나'라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원 데이는 다릅니다. 2004년 두 사람이 결혼하고 2005년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엠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 전개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결말이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영원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원 데이를 보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덱스터가 엠마를 잃고 폐인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비극이 아니라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라고 봅니다. 덱스터는 엠마를 잃은 후에도 계속 살아가고, 2011년 딸과 함께 엠마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 짓는 덱스터의 모습은, 슬픔 속에서도 사랑이 남긴 흔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원 데이는 화려한 연출이나 극적인 대사 없이도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매년 같은 날을 따라가며 두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구성 덕분에,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이란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지나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원 데이는 제게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제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만든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OE1y8rDh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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