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고 싶은데 오히려 보스 자리를 떠맡게 된 조직원의 이야기라니, 이 설정만으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영화 '보스'는 흔히 보던 조직물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은퇴를 갈망하는 조직원들이 보스 자리를 서로 미루는 독특한 상황을 그립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극한직업 시리즈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유쾌함을 경험했는데,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 공감이 갔습니다.
은퇴하고 싶은 조직원, 그런데 보스가 되라니
영화는 중국집 사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문태의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한때 전국을 제패했던 조직의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칼로 식재료를 써는 것이 전부인 사람이죠. 저는 이 캐릭터를 보면서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의 평범함을 선택한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딸과의 관계 때문에 완전히 손을 떼려는 모습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반전을 던집니다. 보스 대수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조직은 새로운 보스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죠. 문제는 아무도 보스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스 자리에 오르면 엄청난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 저는 이 설정이 참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보통 조직물에서는 권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그 자리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니까요. 실제로 제 주변에도 팀장 자리를 피하려는 직장인들이 있는데, 그런 현실과 묘하게 겹쳐져서 더 웃겼던 것 같습니다.
결국 조직원들은 투표로 보스를 정하기로 하고, 문태는 자신이 뽑히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조직원들에게 외상값을 탕감해주겠다는 공약까지 내걸면서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진심 어린 고민과 우정이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감동을 줍니다.
조직원들의 치열한 보스 탈락 경쟁
투표를 앞두고 벌어지는 조직원들의 유세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각자가 보스 자리를 피하기 위해 온갖 공약을 내걸고, 심지어 서로에게 투표해달라며 부탁하는 모습은 현실 정치 풍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특히 조파노라는 캐릭터가 인상 깊었는데,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젊은 조직원이 보스 후보로 거론되는 장면에서 웃음과 함께 씁쓸함도 느꼈습니다.
문태는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보스 당선 직전까지 가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강표가 등장하며 상황이 또 한 번 뒤집힙니다. 강표는 투표장에 난입해 열변을 토하며 보스 자리를 문태에게 넘기겠다고 선언하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문태를 보스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표에게는 춤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고, 조직 생활보다 그 꿈을 좇고 싶어 했던 거죠.
이 부분에서 저는 극한직업2를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극한직업 시리즈에서도 형사들이 본업보다 치킨집에 더 열정을 쏟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진심으로 다가왔는데, 여기서도 조직원이 춤에 빠진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각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코미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잠입 요원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
영화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조직에 잠입한 경찰 요원 태규의 존재죠. 수년째 조직 생활을 하며 복직을 꿈꾸는 그의 캐릭터는 영화 전체에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더합니다. 저는 태규가 물건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 눈으로 확인하라는 지시를 온몸으로 체크하는 장면은 코미디 타이밍이 정말 절묘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보스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폭력이나 배신이 아니라 서로를 미루고 피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니, 긴장감보다는 유쾌함이 계속 이어지죠. 저는 이런 구성이 가족 영화로서 정말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고, 오히려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요.
특히 문태가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를 넘어서는 감동을 줬습니다. 딸이 아빠를 피하는 이유가 조폭이라서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다니면 쪽팔리기 때문이라는 설정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음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부모님의 직업이나 모습 때문에 친구들에게 소개하기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서, 이 부분이 특히 공감됐습니다.
코미디 속 진짜 메시지, 가족과 동료애
영화 '보스'는 겉으로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동료 간의 신뢰라는 진지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문태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딸 때문이고, 조직원들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단순한 이익 관계를 넘어선 진심 어린 우정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극한직업2를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팀워크와 서로를 믿는 마음이 어떤 위기도 극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두 영화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원들이 보스 자리를 피하려는 이유도 결국 각자의 삶과 가족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권력보다 평범한 일상을 선택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저는 오히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승진을 거부하고 현재의 자리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선택이 이해가 갔던 것처럼 영화 속 캐릭터들의 선택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보스'는 올 추석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어른들은 현실적인 공감을, 아이들은 유쾌한 웃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극한직업2를 보며 느꼈던 팀워크의 매력을 이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10월 3일 개봉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도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