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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리뷰 (좀비영화, 인간본성, 감동실화)

by gomyam 2026. 2. 22.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좀비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단순한 재난 영화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는데, 영화가 끝난 뒤 가족과 공동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선택, 그리고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이토록 깊은 울림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좀비영화를 넘어선 한국형 재난 서사

부산행이 기존 좀비 영화와 다른 점은 단순히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단면을 담아냈다는 겁니다. KTX라는 폐쇄된 공간은 긴장감을 극대화하면서도 인물 간 갈등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라는 장르를 빌려 우리 사회의 이기심과 연대, 희생과 용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 속 좀비는 특별한 배경 설명 없이 등장합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처럼 감염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그저 미지의 존재로 남겨둡니다. 이 선택 덕분에 관객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보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며 "만약 내가 저 기차 안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렸습니다.

주인공 석우는 처음엔 딸 수안만 챙기는 이기적인 아버지로 그려집니다. 대전역에서 홀로 빠져나가려던 그의 모습은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점차 변화합니다. 협력이 생존의 방법임을 체감한 석우는 마침내 다른 승객들을 위해 행동합니다. 이 변화는 설득력 있게 그려졌고, 제게도 가족의 의미와 책임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본성이 드러나는 극한의 순간

부산행의 핵심은 좀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열차 안 승객들은 작은 사회의 축소판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는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문을 막고,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은 자신의 안전만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킵니다. 이 대비가 극적으로 표현되면서 영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용석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심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그는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해 감염자들과 맞서 싸운 일행을 격리시킵니다. 이 장면을 보며 저는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라는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습니다. 영화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를 통해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의 조우, 배타적 시선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좀비 영화를 잘못 만들면 혐오나 배제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부산행은 그 위험을 피하면서도 현실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렸습니다. 실제로 메르스 같은 전염병을 겪은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낯선 판타지가 아닌 현실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감동실화로 기억되는 이유

부산행이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은 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석우가 마지막 순간 딸을 위해 보여준 희생, 상화 부부의 헌신, 그리고 어린 수안이 부르는 '알로하 오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족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전하게 됐습니다.

영화는 실제 KTX 설계도를 바탕으로 세트를 제작했고, 100여 명의 보조 출연자가 좀비 역할을 소화하며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좀비들의 움직임은 브레이크댄스 전문가들이 참여해 예측할 수 없는 박자로 연출됐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쌓여 관객은 마치 그 기차 안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전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서울역'으로 좀비 세계관을 다뤘습니다. 서울역에서 시작된 감염이 부산행 열차로 이어지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확장했고, 이후 '반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연결성 덕분에 부산행은 단발성 영화가 아닌, 하나의 우주를 구축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부산행은 재난 영화지만 결국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야말로 진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걸 배웠습니다. 단순히 무섭고 긴장되는 영화를 넘어, 우리 사회와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 작품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보고 나서 주변 사람들과 "나라면 어땠을까?"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RXaP46F7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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