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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후기 (현실감, 공감포인트, 아버지역할)

by gomyam 2026. 2. 21.

솔직히 저는 아직 이별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취업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상태고요. 그런데 <만약에 우리>를 보고 나니 이상하게도 제가 1-2년 뒤 마주하게 될 상황들이 선명하게 그려지더군요. 연애 중인 사람으로서 취업 준비 시기를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서로에게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간접적으로 경험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 다른 현실감

보통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달달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거나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신파 전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방식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우연히 재회한 두 남녀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인데, 흑백으로 처리된 현재와 컬러로 표현된 과거를 오가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구교환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은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컴공과 학생이고, 문가영이 맡은 여자 주인공은 보육원 출신으로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현실적이더군요. 화려한 배경이나 특별한 직업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남자 주인공이 겪는 상황들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현실 때문에 꺾이는 순간, 친구들은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 있는데 자신은 제자리인 것 같은 초라함, 집안 문제까지 겹쳐서 멘탈이 무너지는 과정. 저는 아직 그런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보는 내내 '아, 이게 곧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남자들이 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점

일반적으로 로맨스 영화는 여성 관객을 더 의식해서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오히려 남자들이 더 가슴 아플 만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랬어요.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 앞에서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 여자친구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본인은 괜찮지 않은 그 미묘한 감정선. 이런 디테일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냈더군요. 저도 연애를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서 화면을 보다가 울컥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폴더폰, 싸이월드, 당시 게임 문화 같은 요소들을 억지로 끼워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저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초반에는 남자가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 그 미묘한 관계가 귀엽게 그려지고, 점점 두 사람이 가까워지다가 현실 문제에 부딪히면서 관계가 흔들리는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아버지 역할

신정근 배우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시골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인데, 아들과 여자친구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영화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더군요.

일반적으로 이런 영화에서 부모 캐릭터는 갈등을 만드는 요소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아버지는 달랐습니다.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고,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처절하고 힘든 장면들 사이사이에서 이 아버지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가 한결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결말 부분에서도 이 아버지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끝날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고 느끼던 순간, 아버지가 등장해서 영화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더군요. 덕분에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만든 몰입감

구교환 배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기에 믿고 봤습니다. 그런데 문가영 배우는 솔직히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어요. 러블리한 장면에서는 정말 사랑스럽게 나오다가도 현실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군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문가영 배우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영화는 이 두 배우에게만 집중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다른 캐릭터들도 등장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요. 영화적 재미를 더한답시고 서브 플롯을 과하게 넣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온전히 두 사람의 이야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거든요.

초중반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디테일이 워낙 섬세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이별도, 취업 준비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미리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연인끼리 서로 배려하고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20대 연인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을 열심히 살아갈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NtLa9TPx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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